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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비4해22-04-03 07:25 View2,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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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아무튼, 주말

[아무튼, 주말] 한계령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2022.03.26 03:00


대학 시절 학보사 기자였습니다. 

언론인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이었지요. 

기자라는 직업의 사명감은 대학이라고 다르지 않아서, 

방학에 고향 집에도 못 가고 선후배 기자들이 합숙하며 세미나와 기사 쓰기 훈련을 했습니다.


학보사 수습기자가 된 첫해, 충북 괴산에 있는 이화여대수련원에서 연수를 했는데요. 

지금도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습니다. 

오전 세미나를 끝낸 뒤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창밖으로 돌연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어찌나 소담하게 퍼붓는지 다들 넋을 잃고 바라보는데, 선배 기자 한명이 홀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지요.


‘저 산은 내게 우지 마라 우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처음 들어본 그 노래의 제목은 ‘한계령’이었고, 

이렇듯 아름다운 가요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전에 강원 인제에 가본 적 없는 저로서는 

지금도 한계령이라 하면 충청도 어느 산중에 내리던 함박눈의 이미지로 먼저 떠오릅니다.


‘한계령’은 양희은이 불러 유명해졌지만, 

노래 만든 사람이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였다는 사실도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하덕규가 정덕수라는 청년의 시를 발췌해 곡을 만든 사연은 더욱 놀라웠지요. 

일찍이 유명해졌지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방황하며 술과 대마초에 빠졌던 20대의 하덕규는 죽을 마음으로 한계령에 올랐다지요. 

거기서 죽음 대신 음악적 영감을 얻은 그는 

자신을 받아주지 않고 울지 마라, 내려가라, 등 떠미는 산을 바라보며 대중음악사에 남을 명곡을 써내려갑니다.


그러고 보니 한계령을 불렀던 선배는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사는지 궁금해지네요. 

풍자 가득한 만평을 그리던 ‘폭탄머리’ 언니였는데, 

시골서 갓 올라온 여학생 눈엔 어찌나 멋져 보이던지요. 

그땐 그저 詩的이다 여겼던 노래가 지금까지 남아, 

세월에 지친 중년의 어깨를 토닥여주니 새삼 음악의 힘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번 주 ‘뉴스레터’엔 하덕규의 또다른 명곡 ‘가시나무’에 대해 

작사가 이주엽이 ‘Why?’에 썼던 글을 배달해드립니다. 

지금은 목사가 되어 음악선교를 하는 하덕규의 인생을 

180도 바꿔 놓은 ‘가시나무’의 애틋한 이야기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래 QR코드와 인터넷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5743을 통해 들어오시면 구독창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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