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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직장에서 몰래 약혼한 커플, 여성이 투자책임자로 승진했더니...

[WEEKLY BIZ] [Biz&Cinema]

신현호 경제칼럼니스트 2023.12.01.17:42

‘탐욕적 일자리’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남녀 간 고민 그려낸 ‘페어 플레이’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하버드대의 노동경제학 교수 클로디아 골딘에게 돌아갔습니다. 

골딘 교수는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전문직 진출이 늘어난 이후에도 

성별 임금격차와 차별이 남아 있는 중요한 원인이 ‘탐욕적인 일자리’라는 것을 밝혔습니다. 

탐욕적인 일자리는 

‘장시간 노동이 가능해야 하고, 

회사가 원하면 야간근무든 주말근무든 항상 응하며, 

그 대가로 높은 보수를 받는 전문직 일자리’를 의미합니다.

올해 선댄스 영화제 화제작인 ‘Fair Play'(클로이 도몬트 감독)의 무대는 

탐욕적인 일자리의 대표 격인 월가의 헤지펀드입니다. 

내부 경쟁이 극심한 직장입니다. 

성공에 대한 보상은 화끈하지만 실패에는 가차없습니다. 

고위직은 대부분 남성입니다. 

에밀리(배우 피비 디네버)는 몇 안 되는 여성 애널리스트이며, 

동료인 루크(올든 에런라이크)와 몰래 약혼한 사이입니다.

어느 날 루크가 투자책임자로 승진할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둘은 환호 속에 파티를 열고 잠들었는데, 새벽에 직장상사가 에밀리에게 당장 나오라고 전화를 합니다. 

루크는 나가지 말라고 하지만, 이곳은 회사가 원하면 언제든 달려나가야 하는 헤지펀드죠. 

당연히 에밀리는 튀어나갑니다.

그 자리에서 회사 대표 캠벨(에디 마산)은 

최근 중요한 투자결정의 절반이 에밀리의 판단에 기반해서 이루어졌다면서 투자책임자로 승진했다고 알립니다. 

에밀리의 표정에는 기쁨과 불안감이 동시에 스쳐 지나갑니다. 

에밀리는 동료들의 시기와 질투 속에서 실수도 하지만, 큰 성과를 내면서 투자책임자로서 존재감을 키워갑니다.

문제는 약혼자와의 관계입니다. 

루크는 에밀리에게 승진을 축하한다고 하면서도 의심과 분노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회사의 중요한 고객 미팅장에 난입해 

에밀리가 성적 매력을 동원해 자신의 자리를 빼앗아 갔다고 공격하다가 끌려나갑니다. 

가족소득의 관점에서 보면 누가 승진하든 아무런 차이가 없지만 감정은 전혀 다르게 반응합니다.

실제는 어떨까요? 

미국에서 남편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아내의 비율은 

1981년 16%에서 2021년 31%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센서스국은 

아내가 남편보다 소득이 더 높은 가정은 남편이 자신의 소득을 과장해서 답변하고, 

반대로 아내는 자신의 소득을 축소해서 답변하는 경향을 발견하였습니다. 

오랫동안 지속된 ‘돈 버는 남편’과 ‘집안일 하는 아내’라는 전통적 관념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골딘 교수는 

노벨상 수상 인터뷰에서 “커플 사이에 평등한 관계가 없으면 임금격차는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다행히 이런 문제는 점차 해결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래전에는 아내의 소득이 높으면 이혼율이 높았는데, 1990년대 이후 이 경향은 사라졌다고 합니다. 

영화 속 루크와는 달리 

요즘에는 남녀가 파경으로 치닫지 않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정착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