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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와 조직의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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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24-12-11 10:24 View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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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문가칼럼

판단력·집중력·기억력 저하… 조직의 리더는 술을 끊어야 한다

[정희원의 늙기의 기술]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의사 2024.12.11. 07:33


과거에 우리나라에서 직장인들이 일하는 방식은 이랬다. 

소위 ‘오너’가 의사결정을 하면 조직구성원은 군말 없이 일사불란하게 몸을 움직이기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조업의 빠른 성장을 위해서는 일하는 시간을 길게 늘리고 잠은 아껴야 했다. 

마음과 몸의 고생은 합법적 마약인 술과 담배로 누르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 스트레스 해소 방식은 지식경쟁 사회에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매일 술을 들이켜는 건 

높은 수준의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해주는 전두엽과 오래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뇌 전체가 쪼그라드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순간의 판단이 조직의 생존을 결정하게 되는데, 알코올로 인한 인지기능의 저하는 판단력에 영향을 주게 된다.


알코올이 분자생물학적으로 노화를 가속하는 현상은 명확히 밝혀져 있다. 

특히 신경계통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이다. 

과거에는 오랜 기간 과다한 음주를 해야만 알코올성 치매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이 발생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최신 영상분석 기술은 소량 알코올 축적만으로도 뇌의 노화가 빨라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전두엽과 해마 영역의 부피 감소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며, 

이는 의사결정 능력과 기억력 저하로 직결된다. 

게다가 복잡한 사안을 제대로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나아가 전반적인 두뇌스트레스 정도가 높아져 충동조절 기능이 떨어지기에, 

쉽게 ‘대로(大怒)’하는 모습을 보이기 쉽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의사결정이 많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의 뇌가 알코올을 선호하게 된 것은 진화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른바 ‘술 취한 원숭이 가설’에 따르면, 

우리 조상들은 자연발효된 과실에서 발견되는 극미량의 알코올을 고품질 에너지원으로 인식하도록 진화했다.

인간이 단맛과 지방맛을 선호하도록 진화한 것과 같은 원리다. 

그러나 과거에 숲속 열매에서 만들어지는 자연적인 알코올 도수는 고작 1% 정도였다. 

하지만 산업화된 현대사회는 자연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고농도 알코올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정제된 설탕과 가공식품이 비만을 유발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문제는 관대한 우리나라의 음주문화가 많은 이의 뇌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40대 남성의 28%가 고위험음주(1회 평균음주량이 7잔 이상, 주2회 이상 마시는 일)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구의 중등도 음주 기준인 1회 3잔을 훨씬 뛰어넘는다. 

이런 한국식 고위험 음주는 뇌의 가속 노화를 초래해, 

60대가 되면 동년배에 비해 12년이나 높은 뇌 나이를 보이게 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지난 3개월간 하루 막걸리 한통 정도의 ‘가벼운 음주’만으로도 

동년배와 비교했을 때 6년 이상의 뇌노화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알코올의 위험성은 몸에 작용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알코올은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수면제보다는 오히려 본드나 시너와 같은 유기용매에 가깝다. 

몸무게 70kg 남성이 맥주 한캔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혈중알코올농도가 0.03%에 도달하는데, 

이는 억제가 풀리고 말이 많아지는 상태다. 

열배인 0.3%에서는 기도유지가 되지 않아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지속적인 알코올 섭취는 신경세포를 직접적으로 파괴한다. 

이뿐 아니라 전신의 염증상태를 유발하고 스트레스 호르몬 체계를 교란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알코올이 수면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술을 마시고 잠들면 같은 시간을 자더라도 뇌는 제대로 쉬지 못한다. 

알코올은 아예 수면구조를 변화시켜, 깊은 수면시간을 줄이고 렘수면의 패턴을 교란한다. 

이는 마치 장기적인 수면박탈과 비슷한 상태를 만들어낸다. 

이로 인해 판단력, 집중력, 기억력이 모두 저하된다.


또한 알코올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를 증가시켜 심혈관질환 위험도 높인다.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가 현대사회의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건강관리 요소인데, 

술을 자주 마시면 이 두가지를 모두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술 취해 잠에 드는 일을 ‘전두엽을 면도날로 긁어내는 것’에 필자가 비유하는 이유다.


이쯤 되면, 

술에 의한 광범위한 인지기능 저하로 국가와 기업의 미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잘못된 의사결정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과학적인 사실이다. 

이와 같은 명확한 해악에도 정작 우리나라는 술에는 몹시 관대하다. 

주취감형(酒醉減刑), 즉 술에 취한 상태로 범죄를 저지르면 형벌을 오히려 줄여주는 판례가 있을 정도다. 


그러나 그 결과로 만일 불필요한 전쟁이 발생하거나 외환위기가 온다면 

그 책임을 과연 가벼이 여길 수 있을까?


현대사회의 리더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깨어있는 정신과 명철한 판단력을 요구받는다. 

기술발전이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시장환경은 나날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조직의 생존과 번영을 좌우하는 중대한 결정을 끊임없이 내려야 한다. 

이미 리더의 역할은 

단순한 관리감독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전략적으로 통찰하는 임무를 맡는 것으로 진화했다. 

이런 시대에 알코올로 생기는 인지기능 저하는 단순한 건강문제를 넘어 

조직의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리더를 대상으로 강연할 때마다 

조직의 운명을 좌우하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을수록 뇌를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신(修身)이 가능해야 치국(治國)과 평천하(平天下)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 

절주를 단순히 건강관리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뇌를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최소한의 덕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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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아이피 104.♡.203.143 작성일

많은 친지들이 술은 괜찮고 담배는 안 된다고들 한다
술을 음식으로 여기는 관습에서 나온 틀린 상식이다
술은 자타에게 해롭고, 담배는 당사자에게만 해롭다
술은 한잔만 들어가도 신체자가면역력을 추락시킨다
범죄의 절반 이상이 술과 관련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많은 경우에 술은 자신의 돈으로 마시지 않는다
즉, 남이 권하거나 조직공동체의 돈으로 마신다
그래서 술값 계산을 하지 않으므로 절제가 안 된다
자신의 판단을 흐리게 하여 의도대로 이끌려 간다
오랜 농경문화와 강제노역의 노비문화에서 나왔다
 
음주로 인한 타인의 실례실수한 언행에도 관대하다
제 정신이 아니었음으로 진심이 아니었다는 용서다
그 음주상태는 인간관계, 공적판단에서 비정상이다
주량이 강하다는 걸 자랑으로 여기는 교양이 문제다
큰 소리로 말하고 웃고 마시면 호방한 고향것이 된다
생각은 행동으로 행동은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한편은 자신의 약점을 노출시키고 인격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자존심에 상처가 생기는 결말이 온다
남의 용서 또는 자신의 핑게는 공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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