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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경제 산업·재계
호주·일본 수요 급증… 휘발유·경유 수출 '사상 최다'
작년 첫 3억배럴 돌파
조재현 기자 2025.02.03. 08:51
세계적인 석유 수요 둔화와 정제 마진 하락으로 불황에 빠진 국내 정유사들이
휘발유와 경유의 수출물량을 사상 최대 규모까지 끌어올리며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물량이 1년 만에 7% 늘어난 사이 수출액이 2% 감소한 데서 보듯,
국내 정유업계가 수익개선보다는 ‘물량확대’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호주·일본 등 주요 수출상대국의 석유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지난해 80%까지 회복된 국내 정유공장의 가동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철원
◇휘발유·경유 수출, 처음 3억배럴 돌파
2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가 지난해 수출한 휘발유는 1억1189만배럴,
경유는 2억166만배럴로 모두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석유공사가 관련 통계작성을 시작한 1992년 이후 최다 물량이다.
휘발유와 경유를 합쳐 3억배럴 넘게 수출한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다.
원유를 가공해서 해외로 수출한 물량이 전체 도입 원유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53%로 역대 가장 높았다.
그래픽=이철원
휘발유와 경유가 이끈 호실적에 힘입어,
등유·나프타·항공유 등을 모두 포함한 전체 석유제품도 해외에 수출한 물량이
전년 대비 5% 늘어난 4억9045만배럴에 달했다.
2018년에 이어 역대 둘째로 많은 규모다.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꼽히는 항공유는 수출물량이 전년 대비 약 3% 늘어난 8826만배럴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해 국제유가가 대체로 90$를 밑돌면서 하락세를 이어간 영향으로
석유제품 수출액은 3% 감소한 451억7천만$(약65조8700억원)로 집계됐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영향으로 석유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국내정유사들이 석유제품 수출을 늘린 배경에는 호주와 일본에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지난해 경유 5836만배럴을 수입한 호주는 3년째 석유제품 최대 수출상대국 지위를 지켰다.
호주는 최근 강해진 세계적인 에너지 안보 위협 속에서
지난해까지 7억8천만Ltr 규모의 경유저장시설을 확충해 왔고,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석유수입업자들의 의무비축 일수를 28일에서 32일까지 늘렸다.
일본으로 수출한 휘발유 물량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일본은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출한 석유제품의 13%를 수입하며 싱가포르를 꺾고 수출국 2위 자리에 올랐다.
특히 일본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수입한 휘발유는 1년 만에 33% 늘어난 1741만 배럴에 달했다.
엔화가치가 34년 만에 가장 낮은 $당 160엔대까지 떨어지면서
지난해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자 일본 현지에서 항공유·휘발유 부족 사태까지 터졌다.
최근 10년간 탈탄소와 에너지 절약 등을 이유로 정유공장을 통폐합하며 정제와 생산을 모두 줄인 여파까지 겹치면서,
더욱 부족해진 물량을 한국산 석유제품으로 충당한 것이다.
‘전기차 캐즘’ 여파로 예상보다 늘어난 석유수요에 국내정유사들이 공장가동률을 높여 대응한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국내 정유공장 가동률은 2023년 78%에서 지난해 상반기 80%까지 올랐다.
2021년 상반기의 73% 이후 매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정유업계 “올해도 수출환경 녹록지 않을 것”
휘발유와 경유를 앞세운 수출 쾌거에도 정유업계의 표정이 마냥 밝은 것은 아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캐나다산 원유 등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시동을 건 보호무역 정책의 불똥이 자칫 국내 정유업계로 튈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국가에너지 비상사태’까지 선포한 트럼프 2기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에너지가격을 크게 낮추겠다고 공언한 만큼,
유가하락으로 글로벌 수요가 늘면 국내석유제품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하지만 관세장벽을 올리면서 국가·지역 간 물류이동이 줄면
석유수요도 함께 약화하면서 수출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글로벌 수요둔화가 수출호재 요인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올해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에너지와 통상정책 영향으로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석유제품 수출환경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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