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신공항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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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신공항의 그림자]⑥ 베테랑 조종사 10인이 말한다 “한반도 항로 포화상태, 신공항 필요 없다”
조은임 기자 2025,7,11
‘가덕도’가 신공항 입지로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은 20년 전부터 시작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만큼 사업은 추진되는 분위기이지만
‘안전성·경제성’ 등에 대한 항공·건설업계 우려는 여전히 크다.
가덕도신공항의 태생적 한계와 더불어 컨소시엄 주관사였던 현대건설이 불참을 선언한 배경에 시선이 쏠린다.
조선비즈는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재입찰에 앞서
공법·부등침하 등 기술적인 안전문제, 경제성 등을 깊이 있게 논의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하늘 길(항로)은 이미 포화상태에 달했다.
신공항 건설은 멈춰야 한다.
가덕도신공항 또한 마찬가지다.
환경·입지적으로 악조건인 공항은 또 다른 참사를 유발할 수 있다.’
국내외로 항공기를 운항해 온 베테랑 조종사들은 ‘가덕도신공항’ 건설 추진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해공항, 진해 해군비행장 등 인근 공항과 관제권·항로가 겹칠 수 있다는 점과
부지 본연의 자연적 조건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조종사들은 우리나라의 국토·인구 대비 공항의 수가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다.
정치·지역적 이해관계가 부각되면서 공항건설 전 따져봐야 할 안전성·경제성 등은 뒷전이 됐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운영 중인 공항은 총 15곳이다.
현재 추가로 10곳의 신공항 건설이 검토되거나 추진되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의 조감도./부산시 제공
11일 조선비즈가 대한민국조종사노동조합연맹과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직 민간 항공사 소속 조종사 10인(기장 9인·부기장 1인)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들은 적게는 8년, 많게는 37년의 경력을 갖춘 베테랑 조종사다.
일부는 전투기 조종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소속 항공사도
대한항공(2인), 아시아나항공(2인), 제주항공(2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인천, 에어프레미아 등으로 다양하다.
베테랑 조종사 10인은 가덕도신공항 완공 후 예상되는 문제점으로 모두 ‘안전성’을 언급했다.
구체적으로는
▲인근의 공항(김해공항, 사천공항, 진해 해군비행장 등)과의 관제권역 중첩
▲바람, 해무 등의 환경적 요인
▲조류충돌(버드 스트라이크) 등을 말했다.
관제권역이 중첩되면 최악의 경우 항공기 간의 ‘공중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관제권역은 각 공항의 관제센터가 비행기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하늘을 나눠서 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두개 이상의 관제권역이 겹치게 되면, 어느 공항에서 그 구역을 담당할지 혼란이 생긴다.
가덕도신공항 부지 인근에는 김해공항과 사천공항, 진해해군비행장 등 다수의 공항이 밀집해 있다.
경력 28년의 장 기장(49세)은
“가덕도신공항 부지는 다수의 공항과 인접해 있어 관제시 항공교통량이 증가할 뿐아니라
군 공역과도 중첩이 예상된다”면서
“경제적 타당성이 없어 보이며, 관제중첩 등의 문제를 야기해 안전성 위해요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26년 경력의 신 기장(54세)은
“김해공항에서 북쪽 방향으로 접근하는 항공기의 경로와
가덕도 서쪽으로 착륙하는 항공기 간의 경로가 중복된다”면서
“김해공항이 존속하는 한 두 공항 간의 항적을 분리하는 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가덕도의 입지가 가지는 환경적 요인도 안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
공항이 통상 內海에 위치하는 것과 달리
뻥 뚫린 外海여서, 바람, 해무 등 기상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는 것이다.
또 여름철 태풍, 돌풍, 장마 등의 기상변수에도 그대로 노출된다.
경력 30년의 김 기장(53세)은
“가덕도 인근은 해무 발생빈도가 높고, 장마, 태풍으로 인해 접근한계치를 자주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활주로 북측은 산지, 남측은 항로밀집해상, 동서방향으로는 높은 교량·항만 구조물이 계획돼 있어
항공기 이착륙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경력 8년의 임 부기장(37세)은
“가덕도는 해무를 피할 수 없고, 활주로 북쪽의 지형으로 인해 국지돌풍이 불 수 있다”면서
“공항을 건설할 때는 주변환경에 대해 충분한 검토·연구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조종사들은 조류충돌에 대한 우려도 컸다.
지난해 말 무안공항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조류충돌이 지목된 바 있다.
가덕도신공항 부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하구에서 약 7km 떨어져 있다.
더군다나 바다조류는 육지조류보다 크고 무거울 뿐만 아니라, 활동 고도도 높아 비행안전에 위협적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의 ‘연간 피해를 주는 조류충돌 횟수(TPDS)’ 예상 수치는 4.5~14.7회로
무안공항(0.06회)보다 훨씬 높다.
32년 경력의 양 기장(53세)은
“가덕도신공항은 비교적 덩치가 큰 해상조류의 활동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부지의 본질적인 자연환경은 차후에도 개선되기가 어렵기 때문에
부지를 선정할 때부터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공항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제성을 두고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대부분의 항공선진국은 넓은 국토를 가지고 있어, 항공운송 중 국내선 비중이 50%를 넘는다.
미국의 경우 국내선이 전체의 80% 수준이다.
섬으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도 국내선 비중이 높다.
반면 우리나라는 항공운송의 국내선 비중이 10% 수준에 머문다.
제주도와 일부 도서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역을 자동차로 5~6시간 내로 이동이 가능하다.
또 지방도시 곳곳에 KTX가 뚫려 3시간 내로 이동할 수 있다.
이는 국내공항 15곳 중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 김해·제주·대구 공항을 제외한 10곳이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력 37년의 김 기장은
“기존 김해공항에 미주·유럽 노선이 없는 이유는
항공사가 장거리를 운항해 충분한 이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부·울·경 인구가 800만명에 달해 미국 LA, 샌프란시스코보다 많은 데도 장거리 국제선이 없다.
로스엔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는
기차나 차로 3시간 이내 이동할 수 있는 큰 도시가 없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부산에서 인천공항까지 KTX로 3시간30분이면 이동이 가능해,
항공사들이 경제성을 고려하면
가덕도신공항이 완공되더라도 미주·유럽 노선 등 장거리 노선에 대한 중복취항을 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조종사들은 김해공항 확장안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봤다.
2016년 프랑스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사전 타당성 조사결과를 언급하는 조종사들이 많았다.
당시 ADPi는 김해공항 서쪽에 4000m 길이의 추가 활주로를 건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해공항의 최대 장애물로 꼽히는 북쪽 돗대산을 피하면서,
장거리 활주로를 추가해 미주, 유럽 노선을 운항하는 등 공항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2002년 에어차이나의 돗대산 충돌사고가 있었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 항법시설, 탑재장비 발달로 정밀한 접근이 가능하다고 했다.
26년 경력의 박 기장(48세)은
“김해공항은
북쪽 돗대산, 신어산이 있어 그간 활주로를 끼고 180도로 돌아 선회하는 착륙(서클링 어프로치)을 해왔지만,
항법 정밀도를 185m까지 높인 RNP(AR) 착륙과 함께
조만간 상용화 될 한국형 위성항법보정 시스템(KASS)까지 결합시키면
시야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정밀한 곡선유도 착륙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는 히말라야에 둘러싸인 네팔 카투만두 공항에서 사용하는 접근법이다.
베테랑 조종사들은 우리나라에는 더 이상 신공항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국내에는 15곳의 공항 외에도 10곳에 신공항을 짓는 방안이 검토·추진 중이다.
가덕도신공항을 포함해 제주 제2공항, 새만금신공항, 대구경북(TK)신공항,
울릉도·백령도·흑산도 신공항, 경기남부신공항, 서산공항, 광주군공항 이전 등이다.
조종사들은 정치적·지역적 이해관계를 위해 공항을 짓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좁은 국토면적을 고려할 때 신공항은 경제적 타당성이 없고,
오히려 관제권역이 중첩돼 안전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력 25년의 신 기장(47세)은
“현재 한반도 전역은 항로, 군공항으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면서
“그럼에도 공항이 필요하다면 정치적 접근이 아닌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댓글목록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아이피 115.♡.168.73 작성일
운임톤수(부피/무게)를 적용하는경제성만 고려한다면
대량, 대형, 중량의 저가 화물은 선박으로
소량, 소형, 경량의 고가 화물은 항공으로 운송하는데
그 항공화물의 출하는 대부분 경기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부산시장, 정치시장에선 대규모 공사를 업적으로 매표공작에 이용하고
안전성과 경제성에 무지한 부산시민은 쉽게 그 선전, 선동에 말려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