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목 지키고 있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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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몇년 앞서가 길목 지키고 있는 中, 우리 미래가 막히고 있다
조선일보 입력 2025.09.26. 00:10
중국 쓰나미 어떻게 넘을 것인가 <4>
중국은 더 이상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가 아니다.
지금 당장 경제성이 없거나 성숙도가 낮아 다른 나라가 시도하지 않는 기술을 개발해놓고
그 시장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미래의 길목을 선점하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시장이 열렸을 때는 중국기술이 그 산업의 표준이 된다.
‘게임 체인저’가 되는 것이다.
반도체·원전·배터리 등 한국의 주력산업은 물론,
인공지능(AI)·로봇·드론 등 미래산업 전반에서 ‘먼저 가서 길목을 지키는’ 중국의 전략은
한국의 미래를 없애고 있다.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답도 중국의 성공전략 안에 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시장점유율 35%를 차지하는 글로벌 강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CATL과 BYD 등 중국업체들의 점유율이 60%를 넘었고 국내업체들은 20%로 급락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나.
배터리는 고급고가인 NCM 배터리와 저급저가의 LFP 배터리로 나뉘는데
우리는 LFP는 도태될 것으로 보고 NCM에 치중했다.
하지만 중국은 집요하게 값은 싼데 효율은 괜찮은 LFP 개발을 추구해 결국 성공시켰다.
우리가 그 가능성을 보고 시작했을 때 이미 길목을 중국이 지키고 있는 형국이 된 것이다.
중국은 차기 배터리인 나트륨 이온 배터리도 먼저 상용화에 성공해 다음 길목도 지키고 있다.
앞으로 전기차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중국의 장악력도 더 확대되는 것이다.
우리가 아직 앞서 있는 반도체산업에서도 중국의 길목 지키기가 점점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절대 강자였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른바 ‘단수 쌓기’ 경쟁에 몰두하는 사이,
중국 YMTC는 전혀 다른 공법인 ‘본딩’ 기술을 개발했다.
이 중국기술은 단숨에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의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중국업체들이 기존기술로는 한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보고 아예 새 장을 열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이 길목을 지키다 미래에 큰 시장이 열리면 한·중 반도체전쟁은 역전될지도 모른다.
기술의 길목을 선점한 뒤 시장이 커지기를 기다리는 중국전략의 핵심 중 하나가
특허를 통해 글로벌표준을 선점하는 것이다.
통신·AI·전기차 등 미래산업에서 표준장악은
‘고기를 잡는 법’을 넘어 ‘어장(漁場)의 소유권’을 갖는 것과 마찬가지일 정도로
산업전체의 부와 권력을 통제하는 강력한 전략이다.
중국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4G시대까지는 후발주자였음에도 남보다 먼저 5G표준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을 펼쳤다.
5G기술 구현에 반드시 필요한 표준 필수특허(SEP)를 9597건 확보해 2위 퀄컴(8046건)을 따돌렸다.
미래의 길목을 선점한 것이다.
이제 5G기기를 만드는 거의 모든 기업이 화웨이에 로열티를 내야 한다.
화웨이는 미국의 집중적인 표적제재에도 무너지기는커녕 더 번성해
이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글로벌 리더가 됐다.
그 이유 중 하나가 5G표준 장악의 힘이다.
지금 화웨이는 6G표준 논의에서도 AI와 네트워크 결합기술 등을 제안하며 앞서가고 있다.
6G 길목도 선점해 시장이 열리기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남들이 하지 않는 신기술개발, 특허출원, 표준제정으로 이어지는 전략은
개별기업이 아니라 중공이 중심이 된 국가차원 백년대계의 일환이다.
중국은 2035년까지 독일·일본을 추월하고,
공산당 정권 100년인 2049년엔 미국까지 넘겠다는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의 핵심은 군사력이 아니라 산업굴기다.
첨단기술, 미래기술 개발은 기업이 하지만 그 뒤엔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
작년 말 중국은
화웨이·바이두·텐센트 등 빅테크기업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가차원의 ‘AI표준화기술위원회’를 만들었다.
이 위원회는 대규모 언어모델(LLM), 데이터관리, AI윤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표준을 제정한 뒤
이를 국제표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원대한 계획의 총사령탑이다.
2026년까지 최소 50개의 AI국가표준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빠른 추격자’에서 ‘선도자’로의 전환은 한때 우리의 목표였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이 구호를 내걸고 노동·교육·금융·공공 등 4대 부문 개혁으로 한국경제의 체질개선을 시도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뒤 이전 정권의 정책은 모두 적폐로 몰려 뒤집혔다.
이후 출범한 정권들은 대부분 5년 임기만 보는 근시안적 시야와 포퓰리즘에 매몰돼
미래를 선점할 수 있는 모험적인 정책수립과 투자에 큰 관심이 없었다.
중국이 미래첨단산업의 필수인 전력확보를 위해
현재 58기인 원전을 2035년까지 최대 180기로 늘리는 계획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데,
한국은 탈원전이라는 이념 자해극까지 벌이는 것이 단적인 차이다.
30~40년을 내다보고 산업의 미래길목 곳곳을 다 지키고 있는 중국 앞에서
공들여 쌓은 탑도 무너뜨리는 우리가 상대가 될 수 있겠나.
돈도, 인재도, 시장도 훨씬 많고 큰 중국은 시간제한 없이 일하는데
연구소조차 불을 꺼버리는 우리가 미래경쟁을 할 수 있겠나.
여야가 합의로 과학기술 대계를 세우고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10년, 20년 일관되게 밀고 나갈 것을 국민 앞에 약속해야 한다.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주52시간 등 낡은 규제들을 혁신해야 한다.
국내인력만으론 중국과 경쟁할 수 없다.
세계최고인재들을 과감히 불러모아야 한다.
우리가 먼저 가서 지킬 수 있는 길목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중국과 모든 분야에서 경쟁할 수는 없다.
반도체, 바이오, 조선, K컬처 등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 집중투자해야 한다.
이대로는 미래가 없어질 판이다.
댓글목록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아이피 115.♡.168.73 작성일
배 부른 자들이 천천히, 자유, 체면, 나눔, 눈 감기를 강조할 때
배 고픈 이들은 돌진, 노력, 인내, 축재, 눈 부릅뜨기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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